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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31) "한국에도 없는 고아의 날, 왜 유엔이 만들어야 하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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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공생복지재단 작성일18-11-05 10:15 조회57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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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포 공생원 원생들로 구성된 수선화합창단이 뉴욕에서 열린 유엔세계고아의날 청원대회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내 영혼이 힘들고 지칠 때
당신이 나를 일으켜 주시기에,
내가 우뚝 서 있을 수 있고
폭풍의 바다도 건널 수 있습니다 ♬"

지난 15일 뉴욕 맨해튼의 재팬 소사이어티홀. 한복과 단복을 곱게 차려입은 19명의 소년소녀들이 단상에서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 <아리랑> <도레미송>을 잇따라 부르자 객석에서는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나왔다.

이날은 유엔 본부가 있는 뉴욕에서 '세계 고아의 날' 제정을 위한 청원대회가 열리던 날. 노래를 부른 건 한국의 전라남도 목포시 아동보호시설인 공생원 원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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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유열씨의 사회로 열린 청원대회에는 한국에서 50명, 일본에서 40명 등 모두 90명이 비행기를 타고와 참가했고 유엔와 NPO, 미디어 관계자 등 300여 명이 참석해 열띤 분위기를 연출했다.

오준 세이브더칠드런 한국이사장(전 유엔대사)은 "전 세계에 1억5000만 명의 고아가 있으며 그 숫자가 날로 늘고 있다"라며 "세계 고아의 날이 제정된다면 고아들의 비참한 상황에 대한 인식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헤더윅 음타바 재영 말라위 고등판무관은 에이즈 발병으로 인구 1700만 명 가운데 16.7%가 사실상 고아인 말라위의 다급한 현실을 고발하고, 세계 고아의 날 제정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한국 측에선 이희호 아시아태평양평화재단이사장(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과 배우 장근석씨, 박원순 서울시장, 그리고 일본 측에선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 오자키 마사나오 고치현 지사 등이 축하 영상을 보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들은 왜 한국에도 없는 고아의 날을 유엔이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할까. 지난 2012년 유엔 세계 고아의 날을 처음 제안하고 이의 제정을 위해 활동해온 윤기(75) 공생복지재단 명예회장을 지난 23일 도쿄 고토구 '고향의 집'에서 만나 그 사연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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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엔세계고아의날 제정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한 윤기 공생복지재단 명예회장(왼쪽)과 셰릴 로베슨 피고트 스타재단 창설자 부부. 맨 오른쪽은 윤기 명예회장의 부인 윤문지 여사.

 

 

"유엔이 만들면 개별국가가 따로 만들 필요가 없잖아요"

윤 명예회장은 우선 이번 청원대회의 성과를 묻는 기자의 말에 "어떤 성과라기보다는 유엔에 세계 고아의 날 제정을 청원하기 위한 운동이 그간의 과정을 거쳐 일종의 교통정리가 됐다고 봐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릴 도와줄 수 있는 우군들을 많이 만났다"라며 특히 스타재단과의 만남을 큰 성과로 들었다. 스타재단은 공생복지재단처럼 세계 고아의 날 제정을 위한 운동을 벌이고 있는 미국의 단체로서, 이번에 정보공유·공동연구·공동제안 등 3개항의 합의를 했다고 그는 밝혔다.

고아의 날 혹은 고아의 주간은 세계 50여 개 국가에서 제정돼 기념하고 있지만 아직 한국에도, 일본에도 없는 날이다. 그런데 윤 명예회장은 왜 유엔이 나서 고아들을 위한 기념일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걸까.

"한국에도 없는 날을 왜 유엔이 만드냐고요? 저는 거꾸로 생각합니다. 유엔이 만들면 개별 국가는 굳이 따로 만들 필요가 없는 거니까요. 그렇게 많은 나라가 이미 고아의 날을 운영해 고아들에 대한 관심을 호소하고 있지만 세계의 고아는 오히려 점점 늘어나고 있지 않습니까.

한국과 일본은 어려운 시대를 겪어온 경험을 바탕으로 고아를 돌보는 매뉴얼과 노하우를 이미 축적해놓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런 노하우를 당장 물 한 모금도 마실 수 없는 나라의 고아들을 위해 사용해야죠. 그러기 위해서 유엔에서 기념일을 만들어 고아의 날을 만드는 게 시급합니다."


윤 명예회장은 빠르면 다음달 한국 정부에도 청원을 넣을 예정이다. 유엔 기념일 제정을 위한 분위기는 재단 등에서 만들어가지만 어차피 유엔에 대한 정식 청원은 유엔 회원국가가 하고 회원국 과반수의 찬성으로 통과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세계 고아의 날이 제정되면 무엇이 달라지냐는 질문에는 "단번에 무엇이 달라진다기보다는 우선 사회적 관심이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면서도 "고아들의 생활 실태를 파악한다든지, 사회 진출을 위한 훈련시설을 짓는다든지 할 때 일본과 한국 정부가 손놓고 가만 있지는 못하지 않겠냐"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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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5일 뉴욕에서 열린 유엔세계고아의날 제정 뉴욕청원대회.

 


목포의 고아들 돌보다 돌아가신 일본인 어머니 '윤학자'


지금은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윤 명예회장은 사실 고향 목포의 아동보호시설인 공생원 운영자로서 더 잘 알려져있는 인물이다.

식민지 시절 공생원을 만들어 갈 곳 없는 고아들을 돌보던 아버지 윤치호와 그런 남편에게 시집왔다가 전쟁 중에 남편을 잃고서도 혼자 수많은 고아들을 지켰던 일본인 어머니 윤학자(다우치 치즈코)의 이야기는 너무도 유명하다.

목포시는 1968년 윤 여사가 56세로 타계하자 그의 장례를 목포시 사상 처음으로 시민장으로 치렀고, 윤 여사는 한국 정부의 문화훈장을 받는 최초의 일본인이 됐다. 이런 사연이 일본에 알려지자 많은 일본인들에게 감명을 줘 공생원은 일본 정재계 인사들이 방한하면 꼭 방문하는 코스가 됐다. 지난해에는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이 방문하기도 했다.

윤 명예회장은 "지금부터 꼭 50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제가 원장을 이어받았을 때 사람들이 '어머니의 뜻을 이어받아 고아없는 세상을 만들고, 세계 고아의 날을 만들어보라'고 했는데 당시는 당장 아이들 돌보는 게 급선무여서 엄두를 못내다가 지금 와서야 실현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에 건너와 재일동포 노인홈 설립... "한국인은 한국 문화속에서"

목포의 아들인 그는 지금 일본에 건너와 재일동포 고령자들을 위한 노인홈(양로원)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에 온 직후 한 재일동포 노인의 시신이 죽은 지 13일만에 발견됐다는 동포신문 기사를 접하고 설립에 착수한 노인홈은 지금 도쿄, 오사카, 사카이, 교토, 고베 등 5곳에 '고향의집'이라는 이름으로 세워져 노인 500여 명이 한국식으로 살고 있다.

"과거 식민지시절 이런저런 이유로 일본에 건너온 동포들이 다시 돌아가지 못하고 차별 속에서 고생하다가 늙어 쓸쓸한 처지가 됐는데, 마지막이라도 한국 사람들과 한국 음식을 먹고 <아리랑>을 들으며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는 당초 재일동포가 많이 사는 지역을 중심으로 10곳 정도까지 고향의 집을 확대하려고 했지만, 지금은 이렇게 큰 시설보다는 소규모 한국인 전용 노인홈을 일본 전역 30곳 정도 세웠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윤 명예회장은 "공생원 원장 시절도 갖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일본에 와서도 처음엔 참 막막했었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을 보니 나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인가 보다"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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